첫째에게 둘째를 처음으로 소개하다!!
처음 둘째가 출생했을때, 첫째에게 어떻게 말해주어야 하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해 너무 많은 말들을 들어서 그런지, 정말 조심스러웠다. 많은 경우, 첫째가 둘째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고, 돌보아 주어야 할 이쁜 동생으로 인식하기 보다, 자신이 받아왔던 부모로부터의 사랑과 관심을 빼앗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동생에게 공격적인태도를 취하거나, 부모가 보지 않는 틈을타서 해꼬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단, 연년생이 아니더라도(사실 연년생의 경우가 가장 심하고) 일반적으로 하나 이상의 자녀를 가질경우 대부분 첫째들이 겪는 어려움중 하나가 바로 둘째를 동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경우 사실 키를 쥐고 있는건 바로 부모들과 조부모들이라 할 수 있다. 둘째가 태어났을때 첫째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부모로부터의 사랑의 독차지' 라는 기득권을 새로운 녀석에 의해 박탈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심지어 공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생이라는 대상을 미워하고 심지어는 없애(?) 버리려고 까지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지인의 경우, 첫째에게 둘째를 데려갔을때 첫째가 엄마에게 "동생 갖다 버려~!" 라고 자주 자주 말했다고 한 것을 들었다. 아무리 동생보다 오래 살았다고 한들, 불과 몇년 차이에 불과한 어린 꼬맹이가 알면 얼마나 알것이며, 마음이 깊으면 얼마나 깊을 것인가. 엄마에게 어리광피고 싶고, 아빠의 사랑도 독차지 하고 싶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런 아이에게 동생이란 존재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연년생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극에 달하게 된다. 불과 1년 차이다. 둘째가 태어날 시점에 첫째는 이제 갓 돌이 지난 겨우 말을 더듬더듬 해 내는 어린아이다. 이 세상에 나 말고 또다른 존재가 나만의 엄마와 아빠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하는데(그 스트레스는 남편이 바람핀 것에 수십배에 달한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동생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는 아이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연년생에게 있어 첫째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마의 임신때부터 시작된다. 입덧을 하지 않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만약 입덧이 시작된다고 하면 갓 돌이 지난 아이에게 쏟아야 할 관심과 애정이 절반치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니는 어머니의 갑작스런 자신의 태도에 대한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실제로 우리 첫째의 경우 와이프 입덧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 아이를 거의 잘 못돌보던 기간이 있었는데, 아이가 어느순간부터 엄마를 부담스러워하고 오히려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있기를 좋아했다. 와이프가 조산기 까지 있다 보니, 첫째를 주로 데리고 다녔던 게 아빠이다 보니, 엄마보다 무슨일이 있으면 아빠만 찾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아이의 불안한 정서에서 나타났다. 아이들이 많은 곳에 가서도 항상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이들에게 공격적인 성향까지 보인적도 있다. 저녁에 잘때에도 엄마를 찾기보다 아빠에게 잠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점점 엄마와 있는 시간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아이의 정서는 점점더 불안해져만 갔다.
물론 지금은 그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고 다시 애 엄마와 첫째의 관계는 정상적인 아이와 엄마의 관계로 돌아섰지만,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둘째를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거의 맡기고(모유수유할때만 빼고) 대부분의 시간을 첫째와 보내야 했다. 그러기를 몇달 했더니, 어느순간부터 잠자리에서 엄마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놀때에도 자신감있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연년생을 가진 부모의 경우 어떤 경우에서건 첫째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으로 인한 피로가 있고, 심지어 입덧까지 심하다고 한다면, 정말 답이 없지만, 그렇다고 첫째를 등한시 하게 되면, 엄마와의 긴밀한 관계형성의 시기인 아이 정서함향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어쨋든 엄마와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힘들더라도 어쩔수 없다. 만약 어쩔수 없이 엄마를 대체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면,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무조건 첫째에게 100%를 쏟아야 한다.
둘째의 출산후에 우리집의 경우 산부인과에서 약 3일간 첫째와 떨어져서 지냈다. 산부인과에 첫째를 데리고 있기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가 태어난지 3일째가 된 날에 처가집에 둘째를 데리고 들어갈때, 그때가 처음으로 첫째와 둘째가 조우하던 날이었다. 주변사람들에게 들었던 데로, 우린 첫째에게 둘째를 소개했다. 하지만 아주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었다.
일단 나나 애 엄마나 누구도 둘째를 안고 들어가지 않았다. 할아버지에게 둘째를 안고 들어가도록 하고, 나와 와이프는 첫째를 보자마자 좀 오바해서 안아주고 온 관심을 쏟아주었다. 그리고 둘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아이는 니 동생이고, 아주 어리고 작아서 예뻐해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못알아 들을것 같지만, 돌이 지난 정도이면, 말이 어눌할지라도 부모가 말하는 대부분의 말과 분위기를 감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세심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동안은 모유수유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약 한달간은 나나 와이프가 둘째를 안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부분은 방안에서 자는 모습만 보여주고 필요할때는 문을 잠그고 젖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첫째에게 둘째가 엄마젖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첫째에게 둘째가 엄마젖을 먹어야 살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아이와 엄마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엄마가 둘째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기 까지 많은 시간과 많은 설명을 들였다. 첫째에게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서인지 모르겠지만, 둘째를 대하는 첫째의 태도가 다른 집과는 다르게 순탄했다. 첫째는 동생을 신기해 했고, 동생을 돌보아야 되는 존재로 인식하는지, 자고 있을때도 조심하고, 안아보고 싶어하고 돌보아 주고 싶어 했다. 확실히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첫째가 문제가 없어보이자, 이제 아무런 거리낌없이 둘째를 이뻐하기 시작하면서 또다른 위기에 봉착하기 전까지, 모든것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말이다...
둘째가 태어난 직후까지 첫째가 받게되는 스트레스
1) 입덧으로 인한 갑작스런 엄마의 태도 돌변
- 예전보다 덜해진 자신에 대한 엄마의 관심에 대한 배신감
2) 둘째가 태어난 직후, 그동안 독차지 했던 부모의 관심의 박탈감
- 사랑을 독차지 했던 기득권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것에 대한 공포감
둘째로 인해 첫째가 받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
1) 힘들더라도 엄마가 최대한 첫째에 대해 과할정도로 더 관심해야 함.
2) 둘째가 태어나면, 최대한 상세하게 첫째에게 동생에 대해 이해하도록 설명을 해 주어야 함.
3) 둘째를 돌보는 모습을 최대한 천천히 보여주고 첫째와 둘째가 동시에 케어가 필요한 경우 첫째를 먼저 돌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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